몇년전의 일인가.. 98년이니 지금으로 부터 벌써 6년전의 일이다.
나는 취미로 소설을 조금 썼었고, 몇년 후 02년 나는 ADSL를 사용하고 있는 메가패스 계정에 'White... Simple and Hidden'라는 조그마한 개인 홈페이지를 열었었다. 그곳의 'Work'란에는 내가 취미로 쓴 소설이나 꽁트가 게시판이 아닌 html형식으로 올라왔었다.
그중 하나가 '어느 용기없는 남자의 마지막...'이라는 단편소설이 있었다.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남자 대학생이 봉사활동을 나가 식물인간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남자는 식물인간의 여자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녀가 낫자 도망가지만, 다시 찾아와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지 듣고 혹시 '어디서 많이 들었던 내용인데?'라고 생각하는가?
맞다. 바로 그 소설이다. 내가 6년전에 쓴 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충남대 사회복지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넷상에 떠돌아 다니는 것을 보니 소설의 끝머리에 '충남대 사회복지과 학생의 실화'라고 되어있더라. 그리고 사람들은 덧글로 그 둘을 축복하고 있었고 말이다. 웃기지도 않았다.
한때 내가 쓴 소설이 아무런 동의도 없이 말도 안돼는 이야기로 포장이 되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 뒤를 열심히 추적한적이 있었다. 웃대, 디씨를 포함해서 왠만한 메이저 사이트에는 다 등록이 되어있더라... 그것도 저런 충남대 사회복지과이야기라고 올라와 있고 말이다. 어떤 사이트에는 '작은소녀', '아름다운 고백', ' 한 청년의 고백'라는 말도 안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었다. 또 어떤곳은 끝머리만 잘라서 올려놓은곳도 있었다.
대부분 퍼온글이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출처는 써있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자기 친구의 실화라고 이야기 하고, 누구는 또 자기가 직접 쓴 글이라고도 한다. 처음엔 너무나 화가 나서 리플로 원작자라고 밝혔지만 10중 8,9는 아무런 대답도 없거나,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이젠... 지쳐간다. 내가 쓴 글이, 내 아이가, 창작자도, 자기 애비도 모르고 이렇게 돌아다닌다는것이 너무나 맘이 아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글을 본 사람은 모두 이제야 말로 진짜 이 글의 '원작자'를 본것이다. 만일 다른 곳에서 이 글이 말도 안돼는 내용으로 올라온다면, 당당하게 말해달라.
라고 말이다. 그리고 제발 이곳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찾은 곳 :
파코즈 - [유익] 기적을 부른사랑
파코즈 - [소개] 한 남자의 고백
그리고 이것은 파일로 보관하고 있는 6년전 홈페이지에서 그대로 가져온 '오리지널'이다.
어느 용기없는 남자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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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내야만 했다.
'어쩔수 없었다.'
난 스스로 그렇게 말하며 참아왔다.
용기가 없었기에...
그런 바보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허접한 글을 제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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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고 볼품없었다. 어렸을때 부터 그랬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열성인자만 물려받았는지 동생에 비하여 난 항상 뒤처졌었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운동까지 난 동생에게 뒤처졌다. 그래서 항상 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때문에 난 다른사람에게 소개를 할때도 내 이름으로 소개 받기 보다는 '누구의 형'이라는 식으로의 소개를 많이 받았다. 이제 내 나이 20. 남들은 다들 좋은 나이라고 한다. 한번쯤은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 약관 20세.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인생중 가장 최악의순간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지 몰라도 난 여자친구가 없다. 여자친구가 없는것이 뭐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나에겐 그것마저 큰 컴플렉스였다.
말 그대로 다들 하나씩 '끼고'다니지만 내 옆에는 항상 아무도 없었다. 하긴 볼품없는 나에게 다가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 역시 용기가 없어 애만 태우다가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모임에서의 단체활동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그곳은 조그마한 교외에 있는 요양원. 주로 이제는 더 이상 차도가 없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2층의 206호실. 내가 맡은 담당환자가 있는 곳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할아버지 할머니 겠지. 난 206호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실내. 환한 병실.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곳은... 조용했다. 그 흔한 TV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란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니었다. 조그마한 소녀. 긴 머리를 땋아 한쪽으로 늘어뜨린 소녀가 누워있었다. 내... 내가 잘못 들어온것인가. 난허둥지둥 밖으로 나가 다시 확인했다. 206호. 206호. 206호.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맞는 병실 이었다. 순간 밖에서 들어오는 한 사람.
"어서오세요.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군요."
"아... 전..."
"잘 부탁해요. 저 아이의 애미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엉겹결에 나도 고개를 숙였다. 조용히 침대 앞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어었다. 저 아이는 식물인간이었다. 10여년전. 저 아이가 10살때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몸의 상처는 다 치료되었지만 그때 이후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10년전 10살이라면.... 20살. 하지만 아직도 중학생 정도로만 보일뿐이었다. 아마 활동을 하지 않는 탓으로 성장이 느린것이리라 생각했다. 어머니는매우 지쳐보였다. 10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했다. 그러며 잠시 눈주위를 훔쳤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다음날. 난 병실로 찾아갔다.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빛이 너무 밝군. 난 창가로 다가가서 블라인드를 조금 내렸다. 그리고 다시 의자로 가 앉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것은관을 통해서 들어가고 관을 통해서 나왔다. 내가 할일은 없었다. 이제서야 내가 왜이 병실로 배정받았는지 어렴풋이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 나같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으라... 이거였군... 후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계속 잠을 잘 뿐이었다. 어머니가 말하길 가끔눈을 뜰뿐이며 대다수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고 했다. 결국 내가 할일은 이 병실의물건이 도둑맞지 않게 지키는 것. 그 역활밖에는 없었다.
다음날. 난 책한권을 들고 갔다. TV도 라디오도 없는 병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난 책을 한권 들고 병실로 갔다.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다가 문득그녀를 보았을때 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눈을 뜬것을 본 것은... 비로서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녀는 불안한 듯이 나를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왔고 그녀는 다시 안심했다는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난 들고간 책 한권을 모두 읽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난 다른책 한권을 가지고 병실로 갔다. 그녀의 어머니가 일찍 나와있었다.그녀의 손을 잡고 정답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 또래가 흥미 있어할만한 연예인 이야기 였다. 인사를 건네자 어머니도 간단하게 인사를 받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야기를 알아들어요?"
난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어요."
"..."
그녀의 어머니는 바쁜일로 곧 나갔고 또 병실에는 그녀와 나 밖에 남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책을 폈을때 문득 이불 밖으로 나와있는 그녀의 하얀손이 보였다. 난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아 이불 안으로 넣어주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깨어있었다.순간 놀라 어쩔줄 모르다가 그냥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책을 다시 펴들었을때 난 내 심장이 무척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쁜짓을한것도 아닌데도 내 심장은 계속 두근 거렸다. 결국에는 휴게실로 나가 커피한잔을마시고 겨우 진정이 됐다.
다음날. 병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난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바보같은 짓인줄 알았지만 얼마전부터 그녀가 '살아있다'라는것을 강하게 느꼈다. 순간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가 날 보더니 웃었다. 웃었다? 식물인간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들어와 무슨일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난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웃었다.
"왜... 왜그런거죠?"
"당신도 느꼈군요. 저 아이가 웃는 것을..."
"느끼다니요? 그럼 정말로 웃은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순간이지만 다시 어머니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저도 몇번이나 보아서 의사선생님에게 말했지만... 제 착각이랍니다. 저 아이는자신의 의지로 움직일수 있는 부분이 두 눈밖에 없어요. 하지만 잘 되었네요. 당신도 저 아이가 웃은것을 느낄수 있다니... 저 아이와 잘 통해는것 같군요"
하며 웃어보였다. 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난 그녀가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다음날. 이제는 병실을 찾는 것이 내 일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나 혼자 책을 읽는 대신에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동화부터 시작해서 전쟁소설까지 난 닥치는 대로읽어주었다. 그녀는 그날따라 자지 않고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다. 오늘은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깜빡 가져올 책을 놓고 와버렸다. 병실에 들어가자이미 그녀는 깨어있었다. 어머니가 말하길 30분 전부터 깨어있었다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웃어보였다. 난 그녀에게 책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가지고 오지 않은 대신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읽었던책이야기, 친구이야기, 시골이야기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머니는 돌아가고 밤늦게까지기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이미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녀도 잠들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새벽 3시. 난 그녀가 무척 편하게 느껴져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생의 이야기. 열등감을 느끼는 나. 여자친구가 없는 이야기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용기가 없어 그냥 보내버린 사람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누가 알게될까봐 아무에게도 하지 안았던 이야기를 내 스스로 하고있었다. 왜일까... 그녀는 식물인간이니까... 내가 마음 놓고 하는 것인가?난 밤새도록 그녀에게 넋두리를 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때. 내 뺨에 따뜻한 것이 놓여있었다. 그녀의 손이었다. 그녀는 계속 깨어있었다.
"다.. 당신이 올려놓은 거에요?"
난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대답할리 없었다. 그녀는 계속 누워서나를 바라만 보고 있을뿐이었다.
"제.. 제가 밤중에 실례를 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난 병실을 뛰쳐나왔다. 꼴좋구나 이녀석아. 어제는 밤새도록 넋두리를 해 대 더니..그리고 난 집으로 뛰쳐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난 늦게서야 병실을 찾았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의 병실. 언제나 똑같은모습의 그녀. 그녀의 어머니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하였다.
"어제는... 일찍 들어가셨더군요..."
"네... 사정이 있어서..."
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을 이었다.
"오늘 마지막 날이네요..."
"네에. 저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듯 했는데. 아쉽네요."
나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애써 어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당신이 오고 난 후로부터 저 아이기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지금까지는 저런일이 없었는데... 의사선생님은 좋은일이라고 하시더군요."
"네에..."
난 언제나 처럼 침대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
"저 오늘 마지막날이에요. 지금까지 고마웠구요... 어제의 일은 죄송했습니다."
그녀는 아무말이 없었지만 난 또한번 그녀의 웃음을 느낄수 있었다. 용서해준다는뜻인가... 그리고 나도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다음날. 난 하루종일 안절부절해 있었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모두 괜찮냐는 질문뿐이었다. 뭔가를 하지 않는것 같은데... 뭔가를 빼먹는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덜렁거리는 녀석. 또 뭔가를 빼먹고 헤메는군... 바보... 바보... 바보...
그러기를 일주일. 난 원인을 찾아내었다. 그 요양원 그곳에 뭔가를 놓고 온것이 틀림없었다. 책을 놓고온건가... 아니면 내 물건이라도...
다음날. 아침일찍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는 무척 놀라는듯 했지만 난 인사를 하고 그녀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에서는 땀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잊은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배고프지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겐 둘도없이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그 후로 계속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도 언제나 날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오히려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나 역시 어머니가 고마웠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남으면 무슨책이든지 닥치는 대로 읽어이야기할 주제를 찾았다.
그러던중 어느날. 난 그날 밤도 언제나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얼마나 이야기 하고 있을까. 문득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 해줄때면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겨우 입을 열었다.
"후후... 그래요... 난... 그러니까..."
난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더듬거렸다. 오늘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꼭해야만 했다. 입의 침이 마르고 입술이 바짝 말라버렸다. 하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당신을 좋아해요."
... 해버렸다. 20년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좋아한다는 말.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던 건가... 하지만 난 그녀에게 말했고 그것은 진심이었다. 지금 내가 그녀에게해줄수 있는 것은 이야기 뿐이었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순간. 그녀의 손이 히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우... 움직였어? 난 급히 간호원을 불렀다. 그녀에게 말을 했지만 기대하지 말라며 의사를 부르려 나갔다. 곧 의사가 들어왔고 진찰을 조금해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노'였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렇게 일주일후. 그녀의 병실을 찾아갔을때 그녀의 침대는 비어있었다. 그리고 들어오는 간호원. 난 간호원에게 목소리를 높여 물어보았다. 그녀는 매우 놀라 더듬거리며 대답해주었다.
"어제저녁...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닥터도 확실하게 보았구요. 그래서 큰 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난 병원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내고 단숨에 달려갔다. 요양원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 그 사이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냈다. 어머니는 날 보자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 아이가 차도가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덕입니다. 근육이 되살아 나고 있데요. 이제 움직일수 있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겨우 겨우 그녀의 어머니를 진정시킨후 그녀가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 언제나 같은 그녀.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 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움직일수 있데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울고 있었다. 정말... 기뻐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난 그 날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았다.
병원은 요양원처럼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난 시간이 남는대로 찾아가 그녀를 만났다. 그러기를 6개월 그녀는 정말 큰 차도를 보여주었다. 신문과 방송사에서는 10년만의 기적이라며 몇번이고 찾아왔었다. 정말이지 이것은 기적이었다. 그녀가 움직일수 있다니... 그러자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이제는 곧 그녀를 만날수 없게 되겠구나... 그녀도 다른 정상인과 같이 되면... 나를 만날일은 없게될꺼야... 나같은 사람은 거들떠 보지 않겠지... 6개월전 그녀를 좋아했다고 말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그때 말을 할수 있었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뻔하겠지... 나같은 사람. 관심없는 것은 당연해... 그후로 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전과 같은 허탈감. 이번에는 더 힘들었다. 몇달간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가끔 신문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때면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다. 그녀가... 지금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후후... 잊어버리자. 이젠 끝난일이야...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문앞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어머니였다.
"아..."
"안녕하세요."
어머니가 먼저 친절하게 말을 건네오며 다가왔다. 어찌해야 할까. 지금까지 찾아가지 않은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오랫동안 아무말 없이 찾아오시지 않아서 제가 직접찾아왔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그간 사정이 있으셨겠죠... 저와 아이가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끔씩이라도 들려주세요. 어찌되었건 아이의 은인이니까요..."
우연일지도 모르는 이 일을 그녀의 어머지는 내덕으로 알고 감사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그녀의 말. 그녀는 지금 굉장한 차도를 보여 재활치료도 받고 있다고 한다.
"저... 혹시 저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네. 당신이 처음올때부터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어머니의 말.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면 그날밤 내가 했던 모든말. 내가 했던 고백들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말... 예상하던 바였다.
"그럼. 꼭 한번 들려주세요."
그녀의 어머니는 인사를 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난 텅빈 골목에서 혼자 서서 어머니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볼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난 커다란 용기를 내어 그녀를 찾아갔다. 얼마만인가... 그녀를 보는건. 병실에 찾아가자 그녀의 어머니가 홀로 앉아 있었다. 침대는 비어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언제나와 같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인사를 건넨후 그녀를 찾자재활치료중이라고 하였다. 어머니와 함께 찾아간 재활치료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많은 환자들이 보였다. 어머니는 그녀를 손으로 가르켜 보았다. 여전히 긴 머리를 땋고 금속으로된 지지대에 몸을 싣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녀가 보였다.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옷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그녀는 걸음을 옮기는 것을 쉬지 않았다. 마치 갓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그녀는 위태위태했다. 어느덧 그런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서 있었다. 난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 이제 건강한모습을 봤으니... 내가 걱정할 일은 없었다.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서툰발음이었다.
외국사람이 부르듯 서툴게 부르고 있는 소리였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였다. 그녀가 날 보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몇번이나 반복해서 부르고는 내게로 걸어왔다. 서툰걸음. 그런 걸음으로 몇번이나 넘어질뻔 하면서 걸어왔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 난 움직일수 없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정든 아버지를 만난듯 그녀는 결국 내 이름을 부르다가 부르다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하며 그녀는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환자들과 간호원은그녀를 위해 길을 내주었고 모두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점차 내게로 옮겨왔다. 여전히 울먹이며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이제... 이제 얼마남지 않았어요. 힘을내요. 난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힘들게 다가온 그녀는 쓰러지듯 내게 안겼다. 곧이어 주변에서 들리는 박수소리와 함성소리. 난 그녀를 안고 천천히 앉았다. 그녀는 계속 울먹이면서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계속 말을 했다.
"에... 에... 차자오지... 아.. 안았.. 써요..."
원망하듯 말하는 그녀. 난 대답할수 없었다.
'당신이 날 싫어할까봐... 난 당신이 떠나버릴것이 두려워 찾아오지 못했어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릴뿐이었다.
"미안해요..."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녀는 계속 울먹이며 말했다.
"...말... 지.. .지금까지... 다..단신을 차자가려고 열심히 했어요."
난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그때 말... 기... 기이억 하고... 있...있써요..."
그녀는 계속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을 이었다. 내 귀에는 그녀의 말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 나도.. 좋아... 좋아해요. 이... 이말하고 .. 시.싶었.. 어요.."
그리고 그녀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난 그런 그녀의 젖은 등을 토닥거리며 달랬다. 내가... 내가 왜 쓸데없이 걱정을 했을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난 울먹이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리고... 정말 좋아해요."
사랑한다는 말... 할 자신이 없었다. 제길 난 이런 순간까지 용기가 없는 것인가... '사랑해요' '사랑해요' 입안에서만 맴돌다가 '좋아한다'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그녀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난 그녀를 더욱 세게 안았다. 더 이상은 놓쳐버리고 싶지 않기에... 떨어지고 싶지 않기에....
"그.. 그럴때는 사.. 사라...사랑이라느...는 말을 써도 조..좋을.. 꺼에요.."
1998 / 5 / 8
S.J Avatar in K.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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