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창구가 아닌 일반 창구에 서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시던 외국인 아저씨도 한컷
목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집에 들려 카메라와 옷가지 몇개만 챙겨들고 바로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어차피 이동시간만 한참 걸리는 곳인 거리라...
낮에 출발해서는 하루를 몽땅 버릴것이라는 판단에 저녁출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기때문이죠.
터미널에서 일행을 만나고,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 한 후 버스에 올랐습니다.
예상 이동시간은 4시간 30분에서 5시간.
PM 9시 버스를 탔으니 AM 2시정도면 도착할것 같습니다.
버스의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몬헌 삼매경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보니 어느새 경주.
예상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뭐, 가깝네요,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데에다가 날씨도 걱정했던것 만큼 나쁘지도 않고,
이번 여행 아주 느낌이 좋습니다.
엄청나게 초라한 경주 버스터미널
자, 이제
새벽이라 일반 가게들은 전부 불이 꺼지고 모텔들만 남아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터미널 주변이라서 그런지,
특히나 더 모텔이나 여관이 많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젊다는거 하나만 믿고 대책없이 내려온 지방.
일단 자금을 아끼기위해 -_- 찜질방이라도 찾아 기어들어가기로 합니다.
...찜질방이 안보이네요... 결국 편의점에가서 물어보니 기본요금정도로 갈 수 있는 찜질방이 있다고 합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택시를 타고 찜질방으로!
그런데 이거 어째 분위기가 안좋습니다. 가뜩이나 새벽이라 사람도 뜸한데,
차가 인적은 거녕 가로등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양쪽으로 공사가 한창인 산길 도로로 들어섭니다.
불빛하나 없는 길을 좌우로 살피시는 택시아저씨.
갑자기 휙 우회전을 하더니 비포장 도로를 달립니다.
어라?! 어라!? 아저씨 어디로?!
옆으로 휙 지나가는 간판 비스끄리무리한 것에 찜질방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어?! 찜질방? 이 산속에!?
그리고 도착했습니다.
찜질방에 어서오세요
*ist DS, SP 28-75mm, f 2.8
싫어!! 이게 뭐야!! 아저씨 다시 돌아가......
아, 가버렸다 -_-;;;;;
영업은 하긴 하는건가요?
아니 그전에 이게 찜질방이 맞긴 한건가요!? 귀곡산장 뭐 이런거 아닌가요?!
...주변은 아무런 불빛도 없고 오로지 있는건 불꺼진 이 건물뿐,
이렇게 된바에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겁많은 저는 뒤로 일단 후퇴 하고-_-;;; 일행을 앞서 보냅니다.
...불꺼진 실내에 몇번을 부르니 창하나에 불이 들어옵니다. 카운터군요 -_-
일단 다행이 숙박은 해결한것 같습니다.... 만....
아 이거 시설이 정말 너무 열악합니다.
탕은 동네 목욕탕보다 작고, 욕탕에는 물도 전부 빠져있습니다.
...대충 씻고선 다 떨어저가는 고무 쓰레빠를 끌고 쉬고 잘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먹고 마실것도 팔질 않습니다. 자판기가 있지만 음료는 이제 물립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터미널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것이라도 좀 사올껄 하는 생각만 듭니다
게다가 전부 불이 꺼져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운 방안 곳곳에 널브러진 사람들이 보입니다.
전부
이 찜질방, '휴게실'의 개념은 없군요 -_-
몽땅 불이 꺼져서 그저 어둠속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빈 곳을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빈곳에 몸을 누이고 멍하니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맥주라도 한캔 하면서 PSP를 붙잡고 비룡이라도 잡아야 하는데...
현실은... 추워 -_-
이불을 달라고 하니 장당 500원이라고 합니다.
...치사해서 안쓰고 마른 수건으로 깔고 덮습니다. 눈물납니다.
한참을 뒤척거립니다. 잠이 올리가 없지요 OTL
그러다가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사람도 안보이는 어둠속에서
핸드폰의 시계를 보다가 그 불빛에 옆을 보니...
....잠들만 하면 가끔씩 귀를 스치는 '가장 작은 소리지만, 가장 끔찍한소리' 모기소리 -_-
덮고 있던 수건을 머리에 덮습니다. 이젠 팔다리로 달려드는 군요 OTL
한두시간을 뒤척거리다 보니 갑자기 밖에서 부르르르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정적을 깨뜨리고 들리는 그 소리.
부르르르르
투닥투닥
다다다다다다다다다
퍽퍽퍽퍽
...
투닥투닥
다다다다다다다다다
퍽퍽퍽퍽
...
안마의자 군요 -_-
누구니, 한밤중에 다들 자는데 거기서 안마의자 돌리는 사람이 -_-
다시 잠깐 잠이 들려고 하니 갑자기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아까 안마의자 돌리시던 분일까요 -_-
반대편 구석으로 가시더니 조용히 누우십니다.
그리고,
코를 곱니다. 아악 ;;;;;;;;;;;;
...
새벽이 깊어지자 더욱 추워지는 공기에 혼자서 찜질방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아 따뜻하더군요, 30분 정도 누워있으니 몸도 다시 따뜻해졌습니다.
좀 더 있고 싶었지만 바꾼지 얼마 안된(할부금도 다 내지않은)핸드폰이 걱정되서 다시 나왔습니다. -_-
...또 춥네요.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이번 밤... 대체 얼마나 긴 걸까요 OTL
아침에 일어나서 본 찜질방은 그래도 그렇게 나쁜편은 아니었습니다.
규모는 엄청나게 작았지만 말이죠.... -_-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OTL
주변을 둘러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안간다니까요 -_-;;
PS. 가장 위의 '한밤중의 찜질방'사진은 노출조정으로 만들어진 사진입니다. -_-
하지만 정말 저런 분위기였습니다. 만들고나서 다시 봐도 깜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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