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올해의 여름 여행도 끝마쳤습니다.
솔직히 이번 여행은 예전의 일본 여행만큼 가기전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날씨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번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독도는 외진 곳에 있어서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었고, 배를 타고 2시간이 넘게 가야하는 울릉도 역시 배멀미를 하는 저로서는 날씨가 좋지 않다면 지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출발 전날까지도 '비'로 표시되어 있던 날씨는 놀랍게도 출발일 '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도왔지요, 생각해보면 매 년 여름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여행을 실패한적은 단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출발은 토요일 새벽 4시,
말이 토요일 새벽 4시이지 자기에도 뭘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입니다. 결국엔 약속장소 근처에서 함께가는 친구와 만나서 게임... 간만에 PSP 몬스터헌터를 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몬스터헌터는 정말 시간보내기에는 최적의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몬스터 한두마리 잡을때마다 한두시간씩 휙휙지나갑니다.
시간이 다 되어 버스에 타자마자 이어폰을 꼽고 잠을 청합니다. 앞으로 갈길이 너무나 넙니다. 버스로 서울에서 묵호항까지는 약 3시간, 그리고 다시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는 2시간 반정도 걸립니다. 이동만 6시간정도가 걸리는 대 장정이지요. 이럴땐 그냥 정신없이 자는게 최고입니다.
정신없이 잠에 취해서 휴게소에서도 비몽사몽, 해는 밝아오고 버스도 묵호항에 도착합니다.
묵호항. 정말 아담합니다. 오로지 울릉도와 독도만 다니는 항이라 그런지 모든 절차들도 심플한 것 같습니다.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정말 맛없는(이번 여행중에서 가장 최악이었던) 아침밥을 먹고 배를 기다립니다.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 운행하는 배는 쾌속선입니다.
말로만 들었었던 쾌속선을 처음 타봅니다. 여러 여행을 하면서 탔던 배와는 약간 다른 것이, 물 위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탓에 외부로의 사람이 나갈 수 있는 갑판은 없습니다. 버스나 기차처럼 지정좌석이 있고, 창문도 열리지 않습니다.
재미없는 배 여행이 되는 거지요, 겨우 보이는 밖의 창문으로 보이는 것도 물밖에 없습니다. 자는 것이 최선입니다. -_-
6시간에 가까운 여행끝에 도착한 울릉도!!!
첫 인상은 사람 대박 많다 -_-, 울릉도는 역시 관광 자원이 많은 탓에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곤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분들도 전부 관광객들이며, 뒷쪽에 보이는 것도 모두 가이드를 위한 관광버스들 입니다.
가이드를 따라 숙소를 배정받고 점심을 먹습니다. 이번에는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한 관광패키지로 왔기때문에 교통비, 숙박비 그리고 일부 식사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방법인데 생각보다 꽤 편했습니다. -_-, 가이드 따라서 보고, 먹고, 자면 그것으로 관광 완료.... 뭐랄까 나중에 이 편한함에 너무 맛을 들여 지금까지의 조금은 힘든 여행을 못하게 되는게 아닐지 살짝 걱정도 됩니다.
울릉도 하면 생각나는 것, 오징어
여행 시작 전 사전조사에서는 지금이 오징어 철인데, 최근 전체적인 기온 변화로 인하여 오징어가 아직도 울릉도에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울릉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살인적인 요금의 오징어를 맛보게 생겼습니다.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서 울릉도에서 베이스캠프가 될 도동항 근처를 잠시 둘러봅니다.
지금까지 여러군데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울릉도만큼 깨끗한 물을 보는 것도 정말 드문 것 같습니다.
수 미터의 바다임에도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투명함이 대단합니다. 바닷속을 지나다니는 물고기들도 훤히 보입니다.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됩니다. 미니버스에 타고 덜컹거리면서 이동을 시작합니다.
울릉도는 화산섬이고, 육지와 거리가 상당한 이유로 대부분의 개발이 그대로 비탈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건물들, 상가들도 비탈길에 지어졌으며, 도로 역시 대부분 심한 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울릉도에서 운행하는 택시들도 일반적인 승용차가 아닌 모두 SUV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내수전 전망대입니다.
오래전 김내수라는 사람이 울릉도에서 텃밭을 일구고 살았다고 하여, 내수전 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옛날에는 참 이름 남기기가 쉬웠던것 같습니다. -_- 제가 밭을 일구고 살았다면 바타전 뭐 이런식으로 되었으려나요?
사진에서 보이는 곳은 울릉도의 부속섬중 하나인 죽도입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의 섬으로서 40살이 넘은 한분이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곳도 들어가 볼 수 있긴 하지만 미리 찾아본 정보로는 그다지 볼만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서 이번에는 방문을 미루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저 멀리 저동도 보입니다. 도동과 함께 울릉도에서는 큰 항구중 하나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먹을꺼리와 식당, 주점등이 몰려있다고 합니다. 단지 전망대에 올라서니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몰려들어 그렇게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봉래폭포입니다.
단순한 폭포는 아니고, 울릉도에서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펜스가 둘러져 있습니다.
규모도 생각보다 꽤 거대하지만 카메라로 담기에는 마치 미니어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봉래폭포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조금 유치한 이름의 '천연 에어콘'이라고 써져있는 곳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풍혈'이라고 적인 곳인데, 깊은 곳의 지하수와 바람이 만나서 언제나 일정한 온도의 바람이 바위틈에서 품어져 나옵니다. 약 4도 정도의 바람이라고 하는데, 이 바람으로 인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장소가 된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울릉도 사람들이 냉장고 대신 음식물을 보관할때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오늘의 투어를 마치고 다시 베이스캠프인 도동으로 돌아옵니다. 저녁을 해결해야할 시간.
울릉도에는 여러가지 특산음식이있는데, 오늘 저녁에는 그 중 따개비 칼국수를 먹어보기로 합니다.
여러 조사해본 곳 중 하나인 도동의 길목에 위치한 조그마한 분식집 같은 곳인데, 생각보다 더 유명한가 봅니다.
식당 구석구석마다 다녀온 사람들이 낙서가 하나가득 입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손님은 없고 주인 아주머니가 TV를 보면서 쉬고 있습니다.
칼국수를 주문하니 뒷쪽의 주방에서 반죽을 밀어 기계에 넣고 면을 뽑는 모습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즉석 칼국수네요.
조금 기다려서야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울릉도의 음식중 하나인 따개비 칼국수입니다.
우리가 흔히 따개비 라고 한다면 바위에 붙어있는 조그만 화산모양의 다리가 여럿 달려있는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따개비는 아닙니다. 울릉도쪽에서만 난다고 하는데, 생긴 것은 삿갓모양의 조개처럼 생겼습니다. 그런 조개들이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다고 하네요, 채취도 힘들고 손질도 힘들지만, 일단은 특산이니까요 ^^ 맛도 조개 혹은 전복과 비슷합니다.
처음 맛본 따개비 칼국수의 국물은 걸죽하고, 시원하면서도 바다의 맛이 납니다. 많은 재료도 들어가 있지 않고, 그저 그런 칼국수임에도 꽤 인상깊에 먹은 음식이 되었습니다. 나중에도 식사시간이 되면 간혹 생각나는 음식이 되어버렸네요
이렇게 울릉도의 첫날이 저물어 갑니다.
아직까지 날은 많이 밝지만 새벽부터 이어진 강행군으로 다들 쓰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나오는 숙소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만, 여기까지 와서 황금같은 저녁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도동항 옆으로 이어진 바닷가의 암석길을 따라가니 여러가지 수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제주도에서 봤던 해녀의 집 같은 분위기입니다.
요즘 잘 잡히지않아서 금쪽같은 산오징어회와 소주를 주문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오징어를 맛보지 않을 수 없지요, 1인당 2마리씩 계산해서 4마리를 주문했는데, 어찌나 양이 많은지 결국엔 남기고 맙니다. -_-
저녁에 컵라면에 넣어먹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칼국수와 오징어로 배가 꽉 찬 상태에서 더이상 길다란 음식은 들어갈 것 같지가 않더군요, 아쉽게도 많은 양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독도로 들어갑니다.
오전에 간단한 울릉도 관광을 마치고 나서, 다시 배를 타고 독도로 들어가는데 부디 잘 들어가서 그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땅을 밟아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아 그런데 숙소에 배게와 이불은 두개씩 인데 바닥에 까는 요가 하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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