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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빵집이여, 바게트를 구워라

by 오늘도 2008. 7. 10.
얼마전인가 부터 갑자기 바게트가 먹고 싶어져 빵집이 보일때마다 찾고 있는데, 뭐뭐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언제나 한구석에서 가지런히 세워져 있던 바게트는 찾을 때마다 다 팔렸거나 만들지 않는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로 두군데의 빵집을 돌았지만 바게트는 구하지못했다. 다 팔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바게트를 굽지 않는 빵집이라니 '베이커리'의 간판이 무색해진다.

바게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 주변사람들 중 바게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다지 보질 못했다. 당장에 우리 가족만 하더라도 내가 빵을 사러가서 바게트나 베이글 같은 다소 '전통적인' 빵들을 사오면, 한두조각만 때 먹다가 결국엔 '니 다무라'가 되어버린다. 이처럼 다들 부드럽거나 달콤한 앙금이 들어가 있는 빵을 좋아할 뿐 질기고 딱딱한 바게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통 보질못했다.하긴 나 역시 어렸을적에는 바게트를 별로 좋아하질않았다. 간혹 가다 생긴 빵들중에 -인기가 없어-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 빵으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녀석을 볶은 마늘을 올려 마늘빵으로 만들어 먹은적은 있어도 그대로 먹은적은 거의 없었다.

나이를 들어가며 입맛이 바뀐다는 것이 이런것인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간식으로만 생각하던 양갱을 어느때부터인가 마트에 가면 가끔씩 집어들때 쯤, 바게트도 다른 빵은 뒷전으로 미뤄둘 정도로 즐겨 찾는 빵이 되었다.

거칠고 딱딱한 겉껍질속에 들어차있는 부드러운 속살이야말로 겉으로는 강해보이나 사실은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마음씨를 가지고있는 소녀 가장 같은 모습을 떠오르게하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구수한 맛과 풍미는 마치 세월의 풍파를 겪고난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들을 모아두고 밤새도록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다. 또한 지갑이 가벼워도 이천원 정도면 왠만한 가방에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길고 큰 빵크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진다. 또, 요리법은 어떤가? 개인적으로는 큰 덩어리로 잘라 크게 베어먹는것을 좋아하지만, 얇게 자르거나 길고 가늘게 잘라 마늘 소스를 올려 오븐에 살짝 구우면, 누구나 좋아하는 마늘빵으로도 만들 수 있고, 길게 가운데를 자른 야채나 햄등을 끼워 넣으면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 수도 있다. 재료도 밀가루, 이스트, 소금 뿐인 관계로 만들기도 쉽고, 당분이 들어가지 않아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빵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빈곤한 사람들 만을 위한 빵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자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화창한 봄날 따뜻한 햇살 속에 달콤한 신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젊은 신부가 남편을 회사로 보내고 장에 나온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할까? 그래 오늘은 입맛없는 그이를 위해 좋아하는 카레를 해보자. 오늘은 맘껏 솜씨를 발휘하는거야. 피망과 감자를 사고, 잘 저며진 고기도 조금 구입한다. 양파는 집에 있으니 패스. 재료를 담은 커다란 종이백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구수한 냄새가 골목에 진동한다. 바로 옆의 베이커리에서 나오는 막 구워진 빵의 냄새.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은 빵집으로 향했지만, 여러가지 빵중에서 선택은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저녁의 카레와 어울릴만한 빵은 더더욱 고르기 힘들다. 결국 마지막에 고른것은 바게트, 그 바게트도 종이백의 한귀퉁이에 자리잡는다. 그 긴 길이로 인해 완전하게 들어가지 않지만,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오는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오늘 저녁 돌아올 그 이를 위해 카레 레시피를 떠올려본다. 그래, 이것이 바로 행복. 신혼부부의 달콤한 저녁식사시간을 꾸며줄 바게트야 말로 바로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빵들중에서 또 어느빵이 이런 모습을 보여줄수 있을까? 이런 바게트야말로 빵중의 빵, 빵이 가진 가진 본질적인 목적에 근접한 빵이라 생각된다. 이정도라면 새해 덕담으로 '올해는 바게트 같은 사람이 되어보게' 라던가, 장래 희망으로 '저는 바게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적어도 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어찌되었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바게트를 굽지 않는 빵집은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보더라도, 바게트는 빵중의 빵. 그런데 빵집에서 '빵중의 빵'을 굽지 않는다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직 바게트를 굽고 수량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만이 빵집이 빵집으로서의 역활을 다할 때 일것이다.

...그러니 GIVE ME BAG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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