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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실례합니다, 가방 열렸네요

by 오늘도 2008. 10. 17.
해도 뉘엇뉘엇 져가고 오늘 하루의 일과도 마치고 건물을 나오는데,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검정 백팩을 멘 외국인이 눈앞을 지나간다.
최근들어 주위에 많이 보이긴 하지만 그 외국인이 눈에 띈 이유는
등에 맨 가방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졸린눈으로 허겁지겁 가방을 매고 나오다가
아파트 현관을 나설때까지도 가방이 열린줄 몰랐었던,
더군다나 같이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 중
이야기를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 야속했었던,
그런 경험을 나 역시 가지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외국인, 어느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어로 해야하겠지?
처음에 말을 걸어야겠지?
'May I help you?' 이건 아니다 무슨 안내원이나 '도를 아십니까' 분위기가 난다.
평범하게 'Excuse me'로 시작하자.
'Excuse me', 'Excuse me, sir?'
아니다 그냥 'Excuse me'가 좋겠다.
그 다음에는? 당신 가방이 열렸어요! 라고 알려줘야 하는데...
'Your bag open?'
...뭔가 굉장히 심플하다. 단어 순서가 맞긴 한가...
당신=your, 가방=bag, 열렸다=open.
왠지 그대로인걸.... 영어의 어순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니,
'Open your bag' 이래야 하나?
하지만 왠지 '너의 가방을 열어보겠니?'같은 뉘앙스가 풍긴다.
왜 어디 영화에선가도 주인공에게 박스를 주고 'open your box'라고 하던게 있던것 같다.
무엇보다 멀쩡이 외국 길거리를 가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니 가방 좀 열어보지?'
라고 말했다간 노상강도가 취급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다르게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방이 열렸다라는것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 보다는,
그냥 주위를 환기시켜 알아차리게 하는것이 좋을듯 싶다.
'Careful' 아니 'Be Careful'이래야 하나?
'Be careful your bag!' ....이건 아니다.
역시 영화에서 많이 보던 것이 기억나는데 왜 그 좀비 영화 같은데 보면 많이 나오는 시츄에이션.
가족이 좀비로 변한지도 모르고 다가갔다가 허무하게 당하는... 그때 주인공이 말하더래지...
'Be careful your family!!' 하지만 역시 엑스트라는 그냥 가족과 함께 좀비 패밀리를 결성해 버리지...
하여간, 무슨 자기 가방이 덥치는 것도 아니고 가방을 조심하라니...

그냥 '당신 가방을 좀 봐라' 정도가 좋을것 같다.
'보다'... 'See'... 아니 이럴때는 'Look' 이 맞겠지.
중학교때 배웠던 'See, Look, Watch'의 차이점이 불현듯 머리속을 지나간다.
'Look at your bag'아 'bag'이 뭐니 좀 폼나게 'backpack'
좋았어, 'Look at your backpack!!'
마지막으로 전체 연습
'Excuse me, Look at your backpack!'
100점은 아니더라도 75점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뭐 우리나라는 영어권 나라도 아니니 상대방도 어느정도 감안하고 듣겠지,
설마 그 이후에 뭔가 이야기를 더 해야하는 상황은 오질 않겠지?
여행객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어디로 가야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사례를 한다고 하면 역시 Cool 하게 거절해야지, '친절한 한국인'의 인상이 중요해.
아니 조금 정도는 받아주는 것이 예의상 좋을려나,

...잠깐, 그런데 열린가방을 매고 있던 외국인은 어디로 가버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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