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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자몽, 그레이프 후르츠에 대한 에피소드

by 오늘도 2008. 11. 20.
몇 개월 전,
친구들과 함께 용산에 있는 무지하게 비싼 도넛을 팔고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일이 있어 각자 음료를 주문했었다. 나는 블랙커피, 친구는 메뉴판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그레이프 후르츠'를 골랐다. 손님이 꽤나 밀려 한참 후에나 나온 음료. 그리고 나서 나온 음료는 뭔가 이상했다.

뭔가, 그것은 '생각하고 있던 그레이프 후르츠'가 아니었던 것이다.
생각하고 있었던 색과 맛은 보라색의 시큼달큼하면서도 향긋한, 약간은 걸죽한 듯한 음료... 그래 포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약간 붉으면서도 달콤하지만 씁쓸한 그런 맛이 나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서로 맛을 보고, 색깔을 확인하고, 영수증을 확인하고, '이것은 그레이프 후르츠가 아니야!' 라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는 우리들은 아무도 카운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음료수가 잘못나왔나 보네'라고 할 뿐 그냥 참고 마실뿐이었다.

하지만 불의를 보면 대부분은 피해가는 주인장 -_-
먹는것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_-;;;

자리에서 일어날 때, 바닥에 조금 남아 있던 음료수(...)를 가지고 카운터로 가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바 : 저기, 음료수가 잘못 나온것 같아서요
카 : 네?
바 : 그레이프 후르츠를 주문했는데요, 여기 음료수 색깔 보이시죠? 그레이프 후르츠가 아니잖아요?
카 : ...그레이프 후르츠 맞는것 같은데...
바 : 어떻게 이게 그레이프 후르츠인가요?, 이건 마치 자몽이잖아요!
카 : 그레이프 후르츠는 자몽인데요

후다닥 나왔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습니다.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습니다.
아니 못갑니다.
쪽팔려서 거길 어떻게 가요 OTL

'그레이프 후르츠가 포도가 아니래'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들 역시 .....

그렇습니다. 그레이프 그리고 그레이프 후르츠는 다른 과일이었던 것이지요. 한참 후에야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로는 자몽은 포루투갈어 Jamboa 가 어원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자몽으로 변형되어 버린것이지요, 즉 자몽은 영어가 아닙니다. 영어로는 그레이프 후르츠가 맞습니다.

PS. 이 포스팅을 그 당시 함께 있었던 제 친구들에게 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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