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로또, 백일몽

by 오늘도 2007. 11. 9.
외근을 끝내고 긴 돌담길을 따라서 걸어가다 보니 옆으로 빨간색 미니쿠퍼가 지나간다.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무척 맘에 든다. 고개를 돌려 사라질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약간 쌀쌀한, 낙엽이 떨어지는 어둑한 길을 달려가는 자동차는 그것만으로도 영화같다.

"3천이라..."

씁쓸하게 웃으면서 예전에 호기심에 살펴보던 쿠퍼의 가격표를 떠올려봤다.

"역시 로또밖에 없으려나..."

그리고 상상은 시작된다.

'1등 당첨되면 반정도는 기부하고... 나도 쿠퍼를 사자. 한 4천정도면 있으면 사고도 남겠지...'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뻗어나간다.

'...곧 결혼할 친구녀석한테도 TV나 한대 선물해줘야겠네, 그러고보니 다른 녀석도 애가 벌써 돌이라는데... 그쪽엔 금거북이라도 사다줘야 하나... 다른 친구는 카메라 기변 하고 싶어하니 신형카메라에 렌즈 몇개 안겨주고, 다른 녀석은 게임기 노래를 부르니 아예 세트로 사다줘야겠네... 그리고 이번달에 생일인 친구는...'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정류장에 도착했다.
차들 사이로 버스가 오고 있어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문득 얇아 보이는 지갑을 열어보니 거기엔 꾸깃한 천원 두 장.
허탈하게 지갑을 주머니에 구겨넣으며 자신에게 물어본다.

"...내일 점심엔 뭘 먹지..."
728x90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휠체어 이름, 이건 좀 아니잖아  (4) 2007.11.20
간만에, 검색어 순위  (2) 2007.11.12
친구, 동생이야기  (5) 2007.11.05
전사모, 할말이 없다...  (2) 2007.11.02
오늘도, 한명 보내고 왔습니다.  (5) 2007.10.27

댓글